디즈니랜드가 문을 연 1955년에 운 좋게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사람들 눈에는 아마도 미래를 마주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만든 것들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고, 그만큼 익숙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경우도 적잖다. 만약 내연기관에 미래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겠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용 양산 가변압축비 엔진, 인피니티 VC 터보 말이다. 오늘날의 미래는 미래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춰질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VC 터보는 실현된 적 없는, 이상적이지만 불완전한 미래 그리고 기발하지만 결함이 있는 개념을 현실화했다는 사실 말이다.  

폭풍처럼 업계를 사로잡을까? 아니면 자동차업계의 별종 취급을 받으며 한쪽 구석으로 밀려날까? 무엇이 됐건 이 엔진은 기계적인 부분에 관심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복잡한 문제에 대한 놀랄 만큼 단순하고 우아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엔지니어링에 의존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쯤에서 의문점 하나. 가변압축비 엔진은 대체 왜 필요한 걸까? 왜 바람직한 기술이라 여겨지는 걸까? 해답은 간단하다. 대역폭 때문이다. 압축비가 높은 엔진은 효율적이거나 강력할 수 있지만 실상 두 특성은 공존할 수 없다. 압축비가 낮은 터보 엔진은 무척 강력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좀 더 비효율적인 쪽에 가깝다. 그런데 만약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질 수 있는(혹은 중간적 특성을 지닌) 엔진이라면?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효율과 힘을 얻을 수 있다. 

인피니티에 따르면 2.0리터 VC 터보 엔진은 현재의 자연흡기 3.5리터 V6 엔진보다 27퍼센트 더 효율적이다. QX50과 같은 고급 크로스오버에 얹으면 도심에선 리터당 10.6킬로미터, 고속도로에서는 리터당 14.5킬로미터의 연비를 실현할 수 있다. 비슷한 수준의 가장 뛰어난 일반 엔진과 비교해도 연료효율이 약 25퍼센트 더 뛰어나다. 머잖아 인피니티가 V6 엔진 라인업을 VC 엔진으로 대체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교향악을 연상케 하는 VC 터보 엔진의 3차원적 작동을 간결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풀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스로틀 입력에 맞춰 레버로 피스톤 스트로크(작동 거리)를 조절해 엔진 압축비를 높이거나 낮추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모터로 작동하는 링크가 크랭크 핀에 연결된 2점식 링크를 밀거나 당겨 커넥팅로드의 연결 지점을 올리거나 내린다. 이렇게 해서 피스톤의 유효 이동거리를 조절하는 거다. 그 결과 압축비는 시스템 한계인 8:1에서 14:1까지 무한히 연속해 조절될 수 있다. 

변화의 스폿 거의 느낄 수 없겠지만 이 멀티링크의 작은 각도 차이가 VC 터보 엔진의 모든 변화로 이어진다. 어떤 회전대에서든 그렇다.

마법과 같은 첨단 기술을 갖췄지만 새 VC 터보 엔진은 가변밸브 타이밍 기술이 쓰인 VQ 시리즈 3.7리터 V6 엔진보다 생산비용이 적다. 압축비를 제어하기 위한 하드웨어가 추가됐지만 마찰 관점에서조차 더 효율적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지름이 작은 크랭크샤프트를 쓴 덕분에 커넥팅로드 움직임이 직선화됐다. 자연스레 피스톤과 실린더 내벽, 모든 링크를 연결하는 부싱에 작용하는 옆 방향 힘이 작아 마찰력도 크게 줄었다. 게다가 더는 밸런스 샤프트를 쓸 필요도 없다. 압축비를 가변 제어하는 하드웨어가 회전운동이 아니라 왕복운동을 하기 때문에 크랭크케이스 내부 오일도 훨씬 덜 출렁인다. 새 VC 터보 엔진은 복잡하지만 무게는 오히려 VQ 엔진보다 18킬로그램 정도 더 가볍다. 

가변 압축비가 빚어내는 또 다른 재미있는 결과는 엔진 배기량도 계속 변한다는 거다. 압축비 14:1일 때 피스톤 스트로크(최소 89.9밀리미터)가 최대 1.2밀리미터 길어지면서 배기량은 27cc 늘어난 1997cc까지 커진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실제로 엔진 배기량이 커진다는 얘기다. 감각적으로도 마찬가지다. VC 터보 엔진만의 특별한 기능을 실제로 느낄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실제 작동은 전혀 느낄 수 없게 이뤄지고, 압축비의 최대치와 최저치 사이에서 엔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계기반 그래프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그래프는 가속페달을 밟고 뗄 때마다 빠르고 부드럽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압축비는 터보에 배기압이 완전히 걸리기 적전에 목표치에 이른다. 

인피니티는 압축비가 8:1에서 14:1까지(또는 그 반대 상황에서도) 완전히 조절되는 데 1.5초가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12:1이나 13:1에서 9:1이나 10:1로 조절되는 경우가 많다. 즉 압축비 전환이 완료되기까지 1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전환이 연속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엔진은 목표 압축비에 이를 때까지 계속 움직인다. 이는 가속할수록(연료분사 시스템이 애쓰는 만큼) 터보 부스트가 높아지고 압축비는 낮아지며, 엔진은 더 강력해진다는 뜻이다. 

실제 도로 위에서는 어떨까. 피닉스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닛산-인피니티 애리조나 시험센터(ATC)에 곧 출시될 인피니티 QX50 프로토타입이 파워트레인 시험용 차로 마련돼 있었다. 차의 서스펜션, 실내, 위장 처리한 겉모습은 아직 평가받을 단계는 아니었다. 또 VC 터보 엔진을 달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장식도 전혀 달려 있지 않았다. 보닛 아래엔 닛산-인피니티 MR20 2.0리터 터보 엔진에서 파생한 VC 터보 엔진이 담겨 있다. VC 터보 엔진의 코드네임은 KR20으로, 그중 K는 일본어로 가변(可變)을 뜻하는 ‘카헨(かへん)’의 머리글자다. 앞유리 너머에는 ATC의 어마어마한 타원 트랙과 몇 가지 시골길을 재현한 코스가 기다린다. 

정지 상태에서 VC 터보 엔진의 스로틀을 최대한 열면 공회전 때 14:1이었던 압축비가 8:1까지 빠르게 변한다. 동시에 터보 부스트압도 최대치인 1.6바까지 올라간다. 얼마나 빠른지 정확하게 얘기할 수 없지만 인피니티는 0→시속 97킬로미터 가속시간이 비슷한 경쟁모델 중 가장 빠른 차들(아우디 Q5, BMW X5, 렉서스 NX)보다 1초 더 빠르다고 주장한다.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주변에 다른 차 없이 혼자 달린 탓에 주행 중 추월가속(시속 48→80km) 성능을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시험차에 오래된 CVT가 달려 있음에도 새 VC 터보 엔진은 활기가 넘쳤다. 다만 낮은 기어에서는 토크를 최대한 전달할 수 없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9.8kg·m에 이르는 엔진 성능을 제대로 감당할 만큼 변속기가 튼튼하지 않기 때문이다. 양산 모델에 CVT가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인피니티는 전통적인 자동변속기를 얹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수동모드로 기어를 1~3단에 고정해 2000rpm부터 힘을 내면 가속이 지연되는 최악에 가까운 경험을 하게 된다. 엔진회전수가 3500rpm에 이를 때까지는 충분히 가속이 이뤄지지 않다가 갑자기 힘이 솟구치면서 한계회전수까지 이어진다. 예상과 달리 4단에서 똑같이 가속하면 확실히 더 빨리 힘을 보탠다. 더 낮은 단에서는 컴퓨터가 토크를 제한하고 있는 만큼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하루 동안 엔지니어들과 얘기를 나누고 프로토타입을 파헤치고 난 뒤 얻은 전반적인 감상은 이렇다. VC 터보는 아주 특별한 엔진이다. 수십 년 동안 다른 내연기관이 하지 못한 방식을 쓴 것이 특히 돋보인다. 동시에 완벽하게 정상적인 엔진이기도 하다. 거친 구석도, 아슬아슬한 특성도, 모드와 기능이 전환될 때 튀는 느낌도 없다. 한 세기 가까이 자동차 산업이 가졌던 의문에 대한 충분히 숙성되고 준비된 해답이다. 간단하게 말해, 훌륭하다. 
글_Nelson Ireson(<Automobile> 

VC 터보 기술 이해하기 
1 압축비를 바꿔야 할 때가 되면, 하모닉 드라이브가 회전해 액추에이터 암을 움직인다.
2 액추에이터 암이 컨트롤 샤프트를 회전시킨다.
3 컨트롤 샤프트가 회전하면 멀티링크 각도를 바꾸는 아래쪽 링크에 영향을 준다.
4 멀티링크가 피스톤 왕복 거리를 조절하면서 압축비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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