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수십 대의 차를 타는 게 직업인 미국인이라면, 차를 사려는 누군가가 “어떤 차가 좋겠냐?”고 질문했을 때 즉각 대답할 차가 정해져 있을 거다. 소형차가 필요하다면? 혼다 시빅. 값이 합리적인 스포츠카를 꼽자면? 마쓰다 미아타. 지구 종말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토요타 랜드 크루저. 대답은 간단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고급 럭셔리 세단을 살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였다. 하지만 매일 S 클래스를 타고 다니는 업계의 거물들 사이에서 돋보이고 싶다면? 가치가 떨어질 자산에 10만 달러를 쓴다는 생각만으로도 치가 떨린다면?

WE HAVE YOU COVERED
우리는 각각의 주요 자동차 생산국에서 S 클래스에 도전장을 내민 넉 대의 차를 모아 누가 메르세데스 벤츠를 왕좌에서 끌어내리기에 가장 위협적인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대다수 미국인이 10만 달러 단위의 돈을 쉽게 쓸 수 있을 만한 현금(또는 신용도)을 갖고 있지 않은 만큼, 한데 모은 럭셔리 세단의 가격 상한선을 10만 달러로 정했다. 여기에 6기통(또는 그 이하) 엔진과 네바퀴굴림 시스템이라는 기준도 더했다.

시승에 알맞은 환경도 맞췄다. 미국에서 가장 부(富)가 집중된 곳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LA 팔로스 베르데스 에스테이트(Parlos Verdes Estates)의 멋진 해안 지역이다. 바닷가 너머로 태평양과 카탈리나섬이 화려하게 펼쳐진 이곳은 부동산업체 질로(Zillow)에 따르면 평균 주택 가격이 190만 달러(약 20억7300만원)라고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출발해 할리우드 명사들로 유명한 말리부(Malibu)로 떠나려고 한다. 남부러울 게 없는 부자들의 관심을 세 꼭지 별을 품지 않은 차들 중 어느 하나라도 끌 수 있을까?

THE CHALLENGERS
BMW 7시리즈는 S 클래스의 독일 출신 경쟁자다. 바이에른이 낳은 최고의 차를 대표하는 모델로 2018년형 740e x드라이브 아이퍼포먼스(iPerformance)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에 전기모터가 가세해 동력을 만드는 740e는 이번 시승에서 특별한 존재다. 나머지 차들은 V6 트윈터보 엔진을 얹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전동화가 확대되고 있는 차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바른 선택이었다. 무게 2.1톤이 넘는 세단에서 전기 모드로 22킬로미터 넘게 달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옵션이 조금 추가된 740e 시승차의 값은 9만9845달러(약 1억890만원)로, 우리가 정한 가격 상한선을 살짝 밑돈다.

렉서스가 독일 자동차 메이커에 도전하는 새내기 아이돌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렉서스는 독일 브랜드만큼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고, 5세대 LS는 오리지널 모델 이후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유럽 최고의 차들에 맞서 믿음직한 위상을 강조하려는 대담한 스타일이 돋보인다. 오늘 참가한 LS 500 AWD의 값은 약 10만3000달러(약 1억1240만원)다. 

1989년 렉서스가 독일 차와 같은 수준의 고급스러운 LS를 저렴한 값에 내놓아 럭셔리 승용차 시장을 뒤흔든 것처럼, 현대차는 이제 막 시작한 제네시스 브랜드가 똑같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한국 유일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는 2018년형 제네시스 G90 H트랙 3.3T다. 이들이 과연 단순히 베끼는 것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을 제쳐놓는다면, 에쿠스를 대신해 나온 G90는 호화로운 최상급 모델로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렉서스가 처음에 그랬듯 넉 대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7만1825달러(약 7840만원)의 값으로 시장의 가격 거품에 전기톱을 들이대고 있다.

성조기를 휘날리는 미국 대표는 2017년형 링컨 컨티넨탈 AWD 블랙 레이블 3.0이다. 잠깐,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란 테슬라 모델 S를 뽑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간단히 말해 이 차급의 최고 인기 모델과는 거리가 아주 멀기 때문이다. 심지어 S 클래스보다 훨씬 더 많이 팔린다고 해도 말이다. 우리는 이번 비교시승에서 우승한 차와 S 클래스, 그리고 모델 S로 2차 시승을 하기 전엔 당분간 테슬라에 연락하지 않을 생각이다. ‘다른’ 미국산 고급차인 캐딜락 CT6는 지난번 비교시승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 볼보 S90에 이어 3위를 차지한 만큼 인상적이지 못했다. 그 뒤로 CT6에 큰 변화가 없었던 만큼 적절한 링컨의 최상급 모델인 컨티넨탈에 기회를 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옵션을 두둑이 챙긴 컨티넨탈 블랙 레이블에는 7만9780달러(약 8700만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제네시스보다 비싸다면 분명 아주 좋지 않을까?

럭셔리카 시승은 주행과 경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주행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정지신호에서 얼마나 부드럽게 가속해 나가는지, 얼마나 빨리 속도를 올리는지, 승차감과 핸들링이 얼마나 든든한지를 살펴보면 된다. 한편, 경험은 실내에 녹아든 호화로움과 고급스러움에 얼마나 푹 빠지게 만드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고급스러운 뒷자리와 마사지 기능을 품은 가죽 시트, 우아하게 닫히는 금속 도어 핸들처럼 세심한 손질에 관한 것들을 살피는 거다. 이 말은 곧 특별하다고 느끼게 하는 모든 것을 살핀다는 뜻이다. 

BMW 740e x드라이브 BMW의 실내는 훌륭해 보이지만 몇몇 기술적 선택에는 의문이 생긴다. BMW는 제스처 컨트롤 개발에 쏟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네트워크 연결 기능을 추가하고, 더 안락한 시트를 만드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렉서스 LS 500 AWD LS 500의 실내는 생김새와 고급스러움 모두 럭셔리카 브랜드에게 충격을 준다. 아쉽게도 사람과 컴퓨터 사이의 인터페이스는 나머지 부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호화로움을 심각하게 깎아내린다. 렉서스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제네시스 G90 3.3T H트랙(프리미엄) 이제야 멋진 공간에 들어온 기분이군! 제네시스 G90의 검은색 가죽과 갈색 나무 장식은 모험하지 않은 디자인임이 틀림없다. 솔직히 말해 조금 지루하다. 하지만 손에 닿는 모든 것이 값비싼 느낌을 준다.

링컨 컨티넨탈 AWD(블랙 레이블) 컨티넨탈의 실내에서는 신선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흰색 가죽 중심의 ‘샬레(Chalet)’ 디자인이 적용된 시승차는 앞자리의 첫인상이 훌륭하고 뒷자리는 ‘프레지덴셜 스위트’에 있는 기분이 든다. 다만 좀 더 정교하게 마무리하면 좋겠다.

THE DRIVE
파워트레인이 비슷하다 보니 비교시승에 나온 후보들의 달리기 실력이 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차마다 달리는 느낌에 독특한 개성이 있다. 740e는 대형 세단치고 놀랄 만큼 스포티하다. 2.0리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해 내는 최고출력 326마력, 최대토크 51.0kg·m는 함께 시승한 차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이 세단은 탄소섬유를 영리하게 쓴 덕분에 가장 가속이 빨랐다. 오늘 모인 차들 중 가장 가벼운 컨티넨탈보다 겨우 3킬로그램 무거울 뿐이다. 8단 자동변속기의 짧은 기어비와 즉각 힘을 보태는 전기모터의 토크가 더해져 5.1초 만에 시속 97킬로미터에 이르고, 13.6초 만에 시속 165.6킬로미터로 400미터를 통과한다. 8자 코스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린 시간은 26초다. 740e는 평균 횡가속도도 0.71g를 기록해 핸들링 성능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시속 97킬로미터에서 멈출 때까지 거리는 37.5미터로 제동 성능은 처졌다. 

시승 코스를 달리는 동안 BMW는 탄탄한 달리기 실력을 보여줬다. BMW의 전기모터는 가속에 충분한 힘을 보탰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교통상황에서 전기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흐뭇한 고요가 차 안을 가득 메웠다. 심지어 9.2kWh 용량(실제 사용 가능한 용량은 6.5kWh다)의 배터리가 바닥나더라도 제원 이상의 강력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전기모터가 엔진에 임무를 넘겨주는 순간 엔진 시동이 걸리면서 평온함은 깨져버린다. “시동이 걸려 있든 그렇지 않든, 엔진에서 진동과 불편한 소음이 많이 나와요. 다른 PHEV에서는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없어요.” <모터 트렌드> 스페인판 에디터 미겔 코르티나의 말이다.

파워트레인을 손볼 필요가 조금 있기는 해도 BMW의 승차감과 핸들링은 오늘 모인 차들 가운데 최고다. 740e의 스티어링은 가볍고 직접적이다. 서스펜션은 비좁은 협곡 도로에서 바닷가 절벽을 따라 침식된 도로포장 위를 달리는 동안 기울어짐을 최소화할 만큼 능수능란하다. “럭셔리 세단의 승차감과 핸들링은 모름지기 이래야죠.” 에디터 스콧 에번스의 말이다. “작은 요철은 거의 느낄 수 없고, 큰 요철도 깔끔하게 처리해요. 전혀 가볍지 않게 말이죠.”

몇 년 사이에 공화당과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이데올로기를 맞바꾼 것처럼 BMW와 렉서스는 달리기 특성을 서로 바꾼 느낌이 든다. 이전 LS는 마냥 부드럽고 편한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스포츠카 수준에 가까운 성능을 보여준다. 새로 얹은 V6 3.4리터 트윈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422마력, 최대토크는 61.1kg·m인데 신형 10단 자동변속기와 어우러지면 LS를 5.3초 만에 시속 97킬로미터에 이르게 한다. 400미터 주파 기록은 13.7초이며, 통과 속도는 시속 165.8킬로미터다. 이쯤이면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 LS 500은 8자 코스를 0.73g로 25.7초 만에 달렸고, 시속 97킬로미터에서 제동거리는 34.4미터로 가장 좋았다. 

BMW, 제네시스, 링컨과 뒤섞여 달려보니 렉서스가 나머지 차들보다 훨씬 더 스포티한 느낌이다. 새 V6 엔진은 렉서스 전통의 버터처럼 부드러운 회전감각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저회전 토크가 풍부하다. 자동변속기는 드러나지 않으면서 유쾌하게 10개의 기어를 바꿔 넣는다. 하지만 무난한 수준 이상의 가속을 이끌어내려고 하면 V6 엔진은 2315킬로그램 무게의 차체를 버거워하기 시작하고, 변속이 거칠어진다.

LS 500의 스티어링은 훨씬 더 신세대 느낌이고 과거의 무덤덤한 반응과도 거리가 있다. 스포티하면서 직접적이다. 렉서스 차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견고함을 지닌 신형 LS는 제대로 커브를 공략하는 차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잘 달린다. 에어 서스펜션은 큰 요철을 잘 걸러내는 반면, 캘리포니아주 도로에서 흔한 볼록한 차선 표시처럼 작고 간격이 좁은 요철은 힘겨워한다. “이곳은 새로 도로포장을 했는데 운전석에서는 볼 수 없는 작은 요철을 밟을 때마다 자잘한 진동이 엄청나게 느껴져요.” 에번스의 말이다.

성능 면에서 보면 G90는 렉서스와 BMW의 중간에 위치한다. 370마력의 최고출력과 52.0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현대의 3.3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에 힘입어 시속 97킬로미터까지 5.3초 만에 가속한다. LS 500과 같은 기록이다. 400미터는 13.9초 만에 시속 160.8킬로미터로 통과한다. 제네시스는 핸들링 테스트에서도 BMW를 위협할 만한 실력을 보였다. 8자 코스는 0.72g로 26.1초 만에 통과해 BMW보다 0.1초 뒤졌지만 횡가속도는 더 높았다. G90의 시속 97킬로미터에서 제동거리는 37.2미터로 740e와의 차이가 30센티미터 정도에 불과했다. 

G90는 계측 장소에서 LS에 한 끗 차이로 뒤처졌지만 일반 도로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모든 면에서 마빈 게이가 부른 발라드 노래처럼 부드럽다. 엔진과 변속기가 달리기에 필요한 힘을 아주 수월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눈길을 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보닛 아래의 V6 엔진은 소음을 전혀 내지 않는다. 계기반 바늘의 움직임을 보지 않으면 변속을 체감할 수 없을 만큼 우아하게 가속한다. 구불구불한 길에서 스티어링이 렉서스나 BMW만큼 많은 정보를 전달하지는 않지만 이 차급에서는 그런 특성이 알맞다. 승차감은 740e와 LS 500의 중간 정도다. BMW만큼 든든하지는 않아도 렉서스보다는 크고 작은 요철을 더 잘 걸러낸다.

컨티넨탈은 우리의 계측 테스트에서 근소한 차이로 4위를 차지했다. 컨티넨탈 라인업 중 블랙 레이블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V6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406마력, 최대토크 55.3kg·m를 낸다. 이 엔진이 6단 자동변속기와 어우러지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5.5초가 걸리고, 400미터 통과 시간은 14초, 통과 속도는 시속 161.6킬로미터다. 앞바퀴 굴림 기반 플랫폼이라는 약점을 타고났지만 토크 벡터링 네바퀴굴림 시스템 덕에 8자 코스에서 다른 차들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인 26.1초와 0.70g의 기록을 보였다. 시속 97킬로미터에서 정지하기까지 필요한 거리는 36.3미터로 넉 대 중 두 번째로 뛰어났다. 

일반도로로 나서면 컨티넨탈에 조금 더 마무리할 것들이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 느낌을 많이 줄 뿐 아니라 럭셔리 세단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섬세함이 충분치 않다. “공식적으로 스포티함과 거리를 둔 브랜드치고는 스포티해지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어요.” 에번스의 말이다. “초반 가속 반응은 공격적이고, 엔진 소리는 요란해요. 등이 시트에 달라붙는 느낌 없이 출발하기가 어려울 정도예요. 엔진은 강력하지만 완전히 길이 들지 않은 느낌이네요.”

아쉽게도 승차감과 핸들링에서 오늘 모인 차들 가운데 가장 좋지 못했다. 특히 큰 충격에는 승차감이 불안정하다 못해 거의 거칠게 느껴진다. 물론 예상치 못한 스포티함에는 긍정적인 결론도 하나 있다. 급하게 이리저리 굽은 커브를 달릴 때 컨티넨탈이 가장 재미있다는 데 우리 의견이 일치했다. 거친 느낌을 해결할 방법도 있다. 계기반에서 다섯 단계의 메뉴를 거쳐 겨우 찾아낼 수 있는 컴포트 모드를 선택하는 거다. 그보다 스포티한 기본 설정 모드를 모두 해제하면 전자식 댐퍼가 좀 더 부드러워지고, 가속 반응이 너그러워진다. 스티어링도 가벼워지면서 링컨의 부드러운 특성이 드러난다. 자동차 저널리스트로서 기본 주행 모드를 스포트로 설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있다니! 하지만 컴포트 모드는 컨티넨탈의 주행감각을 훨씬 좋게 바꿔놓는다. 첫 느낌이 그렇게 거칠지 않다면 지금보다 많은 소비자가 컨티넨탈을 찾지 않을까?

매끄러운 전환 740e의 전기모터는 터보차저가 과급 압력을 만들어낼 때까지 부드러운 가속감을 보여준다.

우아한 뒷모습 넉 대의 럭셔리 세단 모두 캘리포니아 남부 와인 산지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비교시승인 만큼 승자와 패자를 가려야 하지만 차마다 고유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THE EXPERIENCE
럭셔리카 방정식의 나머지 반쪽은 차에 탄 사람을 편안하게 감싸는 분위기나 정교한 실내 디자인, 우아한 촉감, 첨단 기능과 관련된 것들이다. 링컨은 첫인상이 훌륭하지만 주행감각과 마찬가지로 일관성이 조금 부족하다. 유리창 아래에 있는 손잡이를 부드럽게 당겨 문을 열면 흰색과 검은색이 대조를 이루는, 가죽과 화려한 목재 장식의 아르데코풍 실내가 반긴다. 실내 공간이 오늘 모인 차들 가운데 두 번째로 좁지만 분위기는 신선하고 활기가 있다. 앞에 달린 30방향 조절식 시트는 편안함이 탁월하다. 뒤에는 등받이 각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시트가 달렸는데, 시승차는 타운카 수준의 넉넉한 공간에 이그제큐티브 패키지가 추가돼 있다. “컨티넨탈의 전성기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예요.” 코르티나의 말이다.

이런 성격의 럭셔리카에서는 자잘한 세부사항들도 중요하다. 그래서 컨티넨탈은 돋보기로 보듯 꼼꼼하게 살피는 우리의 시선  밖으로 밀려났다. 바깥 소음이 크게 들이치는 건 제쳐두더라도, 눈에 거슬릴 만큼 화려한 앞시트와 센터콘솔 덮개가 만들어내는 마찰음, 진동음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차 안 곳곳에 달린 스위치의 작동감과 촉감 역시 나머지 석 대의 고급스러움에 미치지 못한다. 사소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럭셔리 세단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중요하다. 예컨대 컨티넨탈의 디지털 계기반 글꼴은 싱크 3(Sync 3)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쓰인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처음 한두 달은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지만 6개월쯤 몰아보면 혀를 끌끌 찰 것이다. “여기 있는 다른 차들은 링컨과는 아주 달라요.” 수석 에디터 자크 게일이 말했다. “몇몇 부분은 재미있고 놀랍지만 나머지는 실망스러워요.”

렉서스의 실내는 특별함에서 링컨과 견줄 만하지만 우아함에서는 링컨을 능가한다. LS 500의 인테리어는 LC만큼 혁신적이진 않지만 실내 전반에 쓰인 목재와 밝은 금속 장식 그리고 조수석 대시보드에 배경 조명이 산뜻하게 들어오는 예술적 표현으로 진보한 세단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의 종이접기 ‘오리가미’에서 영감을 얻은 LS의 도어 마무리도 눈길을 끈다. “렉서스는 오너에게 풍요롭고 성공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다른 차들을 능가해요.” 게일의 말이다.

렉서스는 세부사항을 대부분 제대로 갖췄지만 몇 가지 놓친 게 있다. 새 LS는 이전 세대 롱휠베이스 버전보다 휠베이스가 더 길지만 LS 500의 실내 공간은 모인 차들 가운데 가장 좁다. 느끼기에도 그런데, 특히 이그제큐티브 패키지에 포함된 조절식 뒷좌석은 조절할 공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어른이라면 등받이를 세운 채로 불편하게 앉아야 한다. 조수석 등받이를 앞쪽으로 접으면 조금 낫지만 다른 석 대에서는 그런 타협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전자장비도 당혹스럽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여전히 렉서스의 골칫거리다. 혼란스럽고 직관적이지 않으며 항목을 찾기 어렵고, 센터 콘솔에 있는 삐딱한 터치패드로 조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자동차업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중 최악이다. 우리는 차가 달리고 있을 때 장치를 조작하기가 매우 위험하다고 단정했다. 렉서스 개발진이 선택한 다른 전자장비들 중에도 호화로운 느낌을 깎아내리는 불만거리는 더 있다. 마주 오는 차를 감지하는 렉서스의 안전 경고 시스템은 지나치게 민감해 정지 신호에 설 때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화살표와 경고가 정신없이 번쩍거린다. 후진할 때 실내에 울리는 경고음 강도도 짜증을 일으킨다. “짐차도 아닌데 말이죠.” 에번스가 말했다. “정말 시끄럽네요.”

렉서스의 전자장비에서 감각 과부하를 겪고 난 뒤 G90에서는 다행히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실내에 들어앉아 도어를 닫으면 감각을 박탈당한 듯 평화로운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든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과거 렉서스 차가 그랬다. 가죽 시트는 게일의 말마따나 버터처럼 부드럽고, 앞뒤 공간 모두 편안하다. 확인할 게 많기는 하지만 제네시스는 G90의 실내에 다양한 기능을 하사하는 데 심사숙고한 듯하다. 재질은 뛰어나고, 360° 카메라와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절장치도 찾기 쉽다. G90의 실내에서 비판거리를 하나 꼽자면 모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순한 검은색 가죽과 목재 장식이 전부다. ‘아주 값비싸 보이는’ 목재 장식 말이다. 에번스가 경고 차원에서 지적했지만 활기를 주는 링컨이나 렉서스와 비교하면 무미건조하다. “이 인테리어에 더 특별한 목재 장식과 더 화사한 색을 쓰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자고요.” 게일의 말이다.

BMW 740e 시승차 역시 지루함에 물든 느낌이다. 다만 공정성 차원에서 덧붙이면 시승차 값인 9만9845달러에 5000달러(약 550만원)를 추가로 내 실내 색을 조금 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정한 가격 상한선은 다시금 BMW에 값비싼 옵션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앞좌석 접이 기능이나 ‘이그제큐티브’ 뒷좌석 패키지, 추가 USB 단자(기본은 하나만 있다)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 경쟁력 있는 값에 맞추려면 이 정도밖엔 안 되는 것 같아요.” 에번스의 말이다.

빠진 것들과는 관계없이 740e의 실내는 조용하고 넉넉하다. 오늘 시승에 나온 차들 중에서는 G90를 약 28리터 차이로 제치고 실내가 가장 넓은 차에 올랐다. 또한 최상급 세단에서 기대하게 되는 첨단 기술 대부분이 담겨 있다. 제스처 제어 오디오는 쓸데없는 기능이지만, 어두운 곳에서 차를 세우고 도어를 열었을 때 바닥에 비추는 ‘LED 레드 카펫’은 멋지다.

THE RESULTS
우리가 최고급 럭셔리 세단에서 기대하는 차와 가장 거리가 먼 차는 링컨 컨티넨탈이다. 실내 내장재부터 넉넉한 공간, 잘 정돈된 인테리어까지 링컨에는 좋아할 만한 구석이 많다. 하지만 세련미가 부족하다. “저는 컨티넨탈이 홈런을 날리기를 바랐어요.” 에번스의 말이다. “그런데 1루타에 머무는군요.” 동메달은 740e가 차지했다. 740e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부드럽고 조용하게 가속할 뿐 아니라 주유소로 달려가는 번거로움을 집에서 충전하는 편리함으로 대신하기까지 한다. “시내 반대편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러 가는 동안 아주 조용한 차 안에 앉아 기름 한 방울 쓰지 않는다고 생각해봐요. 그게 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매력이죠.” 게일의 말이다. 하지만  다른 차의 기본사항에 포함돼 있거나 더 저렴한 선택사항을 넣기 위해 추가로 돈을 들이고 싶진 않다. 

2위는 LS 500에 돌아갔다. 새 LS는 이전 세대 모델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 “주행감각이 만족스럽고 디자인이 좋아요.” 코르티나의 말이다. 하지만 LS의 발목을 잡는 세 가지 항목이 있다. 비좁은 뒷자리, 불친절한 기술, 공식 가격이다. 이런 오류들이 이번 비교시승 우승자에게 자리를 내어줄 빈틈을 만들었다. 마치 1989년에 독일 브랜드들이 렉서스에게 같은 자리를 넘겨준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번 결과에 꽤 놀랐다. 갓 출범한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를 럭셔리카를 흉내 내는 업체로 깎아내리기는 쉽다. 하지만 G90는 짝퉁 롤렉스 시계와는 다르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제대로 만든 최고급 럭셔리 세단이다. 시각적으로 좀 더 두드러지지 않은 게 아쉽지만 실내는 편안하고 고급스러울 뿐 아니라 최신 편의장비와 준자율주행 기술이 가득하다. 아울러 가치가 뛰어나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경쟁력이 뛰어나면서도 부엌 리모델링 공사나 자녀에게 현대 쏘나타 한 대를 사줄 만큼의 돈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네요.” 게일의 말이다. 부자들은 더 부유해지기 위해 돈을 쓰지 않으니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G90는 S 클래스의 대안으로 설득력이 있을 뿐 아니라 제대로 만든 고급 럭셔리 세단이기도 하다. 럭셔리카 대열에 합류한 것을 환영한다.  
글_Christian Seaba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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