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라는 기술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많은 예술가와 비평가들은 사진이 고작 복제품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하지만 사진은 기존 예술의 판도를 뒤흔들고 전복하며 독보적인 예술 매체로 떠올랐다. ‘사진은 복제가 아니라 드러냄이다.’ 세계 3대 패션 사진가로 꼽히는 파올로 로베르시의 말이다. 1990년대, 파올로 로베르시는 세계적인 패션 잡지사의 화보 페이지를 장식할 오트 쿠튀르 패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서정적인 감성, 그리고 폴라로이드 필름과 대형 카메라를 자유자재로 결합하는 그의 독특한 사진 기법은 몽환적이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방대한 시간과 장인 정신을 담아 만들기에 하나의 아트 피스라 해도 무방한 오트 쿠튀르의 성격을 파올로 로베르시만큼 우아하게, 고스란히 담아낼 이가 있을까. 세계적인 패션 사진가와 다양한 협업을 펼치는 대표적인 패션 하우스 디올은 이탈리아의 유명 출판사 리촐리와 하우스의 컬래버레이션 시리즈를 기념하는 패션 화보집 <디올 이미지 파올로 로베르시(Dior Images Paolo Roversi)>를 출간한다. 책에는 파올로 로베르시의 렌즈로 포착한 디올 오트 쿠튀르의 심오하고 몽환적인 초상이 대거 수록됐다. 이탈리아 철학자 에마누엘레 코차의 서문으로 시작하는 책을 들여다보면 나오미 캠벨,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래티티아 카스타 등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뛰는 슈퍼모델의 인상적인 포즈의 향연이 펼쳐진다. 전통적인 방식보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업을 선호하는 파올로 로베르시가 즐겨 사용하는 블러 기법은 피사체와 그를 둘러싼 세계의 경계를 허물어 도리어 피사체의 가장 순수한 모습을 포착해내는 것. 내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그의 사진은 유서 깊은 디올 오트 쿠튀르와 어우러져 긴 여운을 남긴다. <디올 이미지 파올로 로베르시>는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한 디올 오트 쿠튀르 드레스로 빼곡히 채워져 보는 이에게 아득한 기분을 선사한다. 디올 오트 쿠튀르의 찬란한 유산은 크리스찬 디올이 하우스를 떠난 후에도 그의 후계자인 이브 생 로랑, 마르크 보앙, 지안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 라프 시몬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에 의해 전승되었다. 이 책을 통해 시대별로 재해석되어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디올 오트 쿠튀르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 또 아카이브 이미지 외에 전설적인 스타일리스트 그레이스 코딩턴과 함께 촬영한 크리스찬 디올의 환상적인 디자인 셀렉션도 담았다.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열망은 끝이 없다. 지난 20여 년간 찍은 파올로 로베르시의 전설적인 사진 작품이 실린 <디올 이미지 파올로 로베르시>. 이 책이야말로 미를 추구하는 당신의 갈망에 뜨겁게 응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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