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몰아닥친 한파와 폭설로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패스파인더가 더러워졌다. 혼자서는 도저히 이 덩치 큰 녀석을 세차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최근 길거리에 프리미엄 세차 또는 디테일링 숍이라는 간판을 단 세차장이 많이 생겼다. 디테일링 숍의 서비스 수준이 일반 세차와 어떻게 다른지도 한번 알아볼 겸 김포에 있는 디테일링 숍으로 향했다.

디테일링 숍에 들어서자마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한쪽 벽에 큼지막하게 걸어놓은 가격표를 보고는 ‘헉’했다. SUV 세차 비용은 5만5000원부터 시작했다. 놀란 나를 바라보던 데스크 직원은 비용이 높은 이유와 세차 코스를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설명을 듣고 나니 너무나 더러워진 차를 맡겨 오히려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세차하기로 결정했다.

세차는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세차하는 도중에 세차를 담당하는 직원과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패스파인더의 넓은 실내를 보고 익스플로러와 파일럿보다 차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특히 운전석과 2열의 무릎공간이 넓어 보인다고 했다. 나도 기분 좋아져 3열 시트는 리클라이닝도 된다고 팔불출처럼 자랑해댔다. 세차가 모두 끝나자 직원은 세라믹이라는 화학제품을 외관 전체에 코팅해줬다. 그래서인지 보통 때보다 차가 더 반짝반짝 빛났다.

깨끗하게 목욕한 패스파인더를 타고 집으로 가는 마음이 가벼웠다. 운전하는 내내 디테일링 숍 직원의 말이 떠올라 괜히 어깨가 우쭐했다. 집에 도착해서 ‘실제로 다른 차에 비해 넓을까?’ 하는 궁금심이 생겼다. 자동차 사이트를 뒤져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봤는데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제원표에 나와 있는 숫자를 확인해보니 앞좌석과 뒷좌석 무릎공간 모두 다른 경쟁 모델보다 미세하지만 더 넉넉했다. 아마도 휠베이스 차이일 거다. 다만 3열 공간과 트렁크 공간은 조금 작아 아쉬웠다. 

각종 제원 수치를 확인한 나는 주차장으로 내려가 잘 앉아보지 않는 2열, 3열을차례로 앉았다. 나쁘지 않았다. 특히 2열 시트를 뒤로 완전히 밀면 두 다리를 쭉 펼 수 있을 만큼 무릎공간이 넓었다. 3열은 조금 아쉬웠다. 대신 3열에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문득 천장을 봤는데 듀얼 파노라믹 선루프를 통해 하늘이 보였다. 탁 트인 파노라믹 선루프 덕분에 패스파인더 실내가 더 넓게 보이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한 모든 시트를 접으니 눈앞에 성인 남자 두 명이 눕기에 충분한 공간이 펼쳐졌다. 패스파인더에서 차박을 한번 해봐야겠다. 아무래도 날씨가 좀 풀려야 하니 5월호쯤에 차박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서동욱(프리랜서)

NISSAN PATHFINDER 

가격 53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7인승, 5도어 왜건 엔진 V6 3.5ℓ DOHC, 263마력, 33.2kg·m 변속기 CVT 무게 2105kg 휠베이스 2900mm 길이×너비×높이 5045×1965×1795mm 연비(복합) 8.3km/ℓ CO₂ 배출량 208g/km 구입 시기 2017년 10월 총 주행거리 6720km 평균 연비 8.4km/ℓ 월 주행거리 24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 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45만원(유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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