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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존재감의 실속파
대체 이 차의 정체는 뭘까. 세단도, SUV도, 해치백도 아닌 낯선 존재감. 오죽하면 BMW도 경쟁자를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차라고 설명할까. BMW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는 세단과 SUV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차다. 사실 이 차는 비즈니스와 장거리 여행을 모두 소화하는 ‘다목적 차’로 개발됐다. 이전엔 6시리즈가 아닌 5시리즈였다. 5시리즈 GT는 실리를 따지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둔탁한 뒤태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6시리즈 GT는 이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날렵한 뒤태와 한층 커진 차체.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변신은 성공적이다. 6시리즈 GT는 이전보다 86밀리미터 길고 64밀리미터 낮다. 

세단의 안락함과 SUV의 실용성, 스포츠카의 다이내믹함까지. 
6시리즈 GT는 각 장르의 장점을 융합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호사스럽진 않다. 웅장함, 화려함보다는 ‘삶에 가장 가까운 차’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실내에서도 실용성이 더 빛을 발한다. 물론 신형 5시리즈를 통해 선보인 신기술은 모두 녹아들었다. 손동작으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제스처 컨트롤이 대표적이다. 

시트는 이전보다 더욱 고급스럽고 안락하다. 특히 뒷좌석 만족감이 더 커졌다. 40:20:40으로 나뉘어 접히는 시트는 베이비 시트 3개를 달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폴딩도 아주 매끈하게 작동한다. 짐 공간은 넓다 못해 광활하다. 골프백 4개가 무리 없이 들어간다. 뒤 시트를 모두 접으면 1800리터의 공간이 펼쳐진다. 이 차를 타면 다른 건 몰라도 공간에 대해서는 반드시 만족할 것이다. 

좁은 주차 공간에 운전자 없이 차를 넣거나 뺄 수 있는 리모트 컨트롤 파킹도 지원한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차 문을 열고 닫을 때 도어가 조금 덜컹거린다는 것. 스포티한 감성의 프레임리스 도어는 안정감이 살짝 떨어진다. 측면의 에어 브리더, 시속 110킬로미터에서 자동으로 확장되는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등 BMW의 스포츠성을 암시하는 요소도 충분하다. 편안한 주행 감각과 뛰어난 공간 활용성, BMW다운 스포츠성까지 놓치지 않는 차. 6시리즈 GT는 모두 갖췄지만 그 욕망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삶에 무던히 녹아들었다는 점에서 6시리즈 GT는 분명 독보적이다. 설미현(<The Neighbor> 피처 디렉터)

“바쁜 일과 후 바다와 산, 어느 곳으로 떠나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차. 세단과 SUV의 장점을 적절히 융합한 6시리즈 GT는 분명 경쟁자를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차다. 화려함, 웅장함 대신 안락함과 실용성에 초점을 둔 성실한 모범생이랄까?” 

이제야 좀 BMW답네
SUV와 세단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차. BMW 외장 디자인 총괄 미하엘 마르케프카(Michael Markefka)는 6시리즈 GT를 이렇게 설명한다. 확실히 6시리즈 GT는 SUV와 세단의 틈새를 공략하는 독특한 존재다. 듬직한 차체와 넉넉한 공간이 SUV와 같은 여유와 활용성을 제공한다. BMW가 이번 세대교체를 통해 이름을 5시리즈 GT에서 6시리즈 GT로 바꾼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동급 세단에선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주니까. 사실 5시리즈 GT는 ‘5’라는 숫자를 달고 있기엔 아까운 차였다.

하지만 이전 모델은 장점만큼 단점도 많았다. 특히 모양새와 운전 감각이 문제였다. 디자인이야 개인 취향이니 눈감아줄 수 있다. 그러나 BMW답지 않은 조종 성능과 주행 질감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BMW가 어떤 집단이던가. SUV마저 스포츠 세단처럼 만드는 이들 아니던가? 그런데 5시리즈 GT는 느슨한 섀시 때문에 감각이 명료하지 않았다. 가끔은 불쾌한 반응마저 보였다. 그래서 난 6시리즈 GT가 나왔을 때 운전 감각이 가장 궁금했다. 이전보다 길이가 86밀리미터 늘고 가벼워졌다니(30d x드라이브 기준 120킬로그램) 더더욱 그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운전 감각은 흠잡을 곳이 없다.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의 반응이 영락없는 BMW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섀시 덕분에 가속페달을 마음껏 밟고 운전대를 신나게 휘두를 수 있다. 운전자의 의도를 귀신같이 파악하는 사륜구동 시스템(x드라이브)은 꽁무니를 날리는 것도 허용한다. 뭐, 생각해보면 아주 당연한 변화다. 이전 모델을 타고 난 뒤의 내 느낌이 그랬으니 BMW 내부의 불만은 오죽했을까?

전반적인 운전 감각과 승차감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7시리즈와 비슷하다. 참고로 6시리즈 GT와 7시리즈(쇼트 휠베이스)는 각 바퀴간의 거리가 거의 같다. 하지만 7시리즈 세단만큼 견고한 느낌은 아니다. 가령 도어를 조금이라도 세게 닫으면 트림이 파르르 떤다. 물론 불쾌할 정도는 아니다. 프레임리스 도어와 파노라마 루프, 그리고 커다란 휠(19인치가 기본이다)을 갖춘 해치백 모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보단 7시리즈만큼 큰 차인데 뒷바퀴 조향 시스템(인티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이 빠졌다는 게 더 아쉽다. 좁은 골목길이나 지하 주차장 기둥 사이를 돌아나가다 보면 차체를 긁을까봐 은근 신경이 쓰인다.  류민

“640i x드라이브 그란 투리스모의 3.0리터 직렬 6기통 터보 엔진은 45.9kg·m의 최대토크를 1380rpm부터 쏟아낸다. 8단 자동변속기는 더욱 민첩해졌고 앞뒤 구동력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사륜구동 시스템은 차체 뒤쪽을 바깥쪽으로 날리는 것도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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